영화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별 생각 없이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툭툭 끊기고, 카메라가 흔들리고, 배우가 갑자기 카메라를 쳐다보는 장면에서 리모컨을 잡았다가 멈췄습니다. 이건 고장 난 게 아니라, 의도한 거였습니다. 그 순간부터 프랑스 누벨바그가 저한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주의, 감독이 곧 영화의 언어가 되다프랑스 누벨바그를 이해하려면 '작가주의(auteur theory)'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작가주의란 감독을 단순한 연출자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철학과 감성을 결정하는 창조적 중심으로 보는 이론입니다. 소설가가 책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녹여내듯, 감독도 영화에 자신의 서명을 남긴다는 개념입니다.이 이론은 1950년대 프랑스의 영화 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상황이 옵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가 뭔가 찜찜한데, 그냥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지 갈리는 그 순간. 「크림슨 타이드」를 다시 봤을 때 유독 이 영화의 갈등 구조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핵미사일 발사 명령 한 줄을 두고 두 지휘관이 정면충돌하는 이 영화, 단순한 군사 스릴러가 아니라 '리더는 언제 결단해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가'를 집요하게 묻는 영화입니다. 핵잠수함 USS 앨라배마호와 지휘권 갈등영화 속 USS 앨라배마호는 24기의 핵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LBM이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수중에서 발사돼 수천 킬로미터 밖의 목표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영화 제목을 보고 '무도실무관'이 무술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생소한 직업이었는데, 영화 한 편이 그 오해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김우빈과 김성균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통쾌한 액션 뒤에 사회 안전망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 냈고,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몰랐던 직업, 무도실무관이란 무엇인가제가 처음 '무도실무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솔직히 무술 선생님이나 체육 지도자 정도로 연상했습니다. 배우 김우빈조차 촬영 전까지 이 직업을 몰랐다고 밝혔을 만큼,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직군입니다.무도실무관이란 법무부 소속 직원으로, 무도 3단 이상의 자격을 갖추고 보호관찰관과 2인 1조로 활동하는 현장 대응 인력입니다. 여기서 보호관찰관..
보이스피싱 피해 뉴스를 볼 때마다 '설마 저런 수법에 내가 속겠어?'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영화 「비키퍼」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평생을 교육과 자선에 헌신한 노인이 단 한 번의 전화와 원격 접속으로 전 재산을 잃고 삶을 포기하는 장면, 그 초반 10분이 저를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보이스피싱, 나는 절대 안 당한다고요?영화는 은퇴한 교육자이자 어린이 자선재단 이사인 엘로이즈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회계 장부를 정리하다가 피싱 조직의 전화 한 통에 걸려들고, '원격 처리'라는 명목으로 컴퓨터를 내줍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평생 모은 전 재산과 자선 기금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여기서 영화가 사용하는 수법이 바로 비싱(Vishing)..
넷플릭스에서 '김부장' 정주행을 기다리며, 2012년 원작 '회사원'을 먼저 다시 봤습니다. 이 비현실적인 살인청부회사라는 황당한 소재이지만 회사 생활에 대한 일종의 은유적 표현한 블랙 코미디, 일상을 포기하고 일에 전념, 승진까지하게되는 주인공, 일반적인 직장인의 직장 생활이 자꾸 겹쳐 보이는 게 이상하리만큼 불편하면서도 공감이 됐습니다. 살인청부업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건 그냥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형도라는 인물,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형도(소지섭)는 양아치 몇 명을 손쉽게 제압합니다. 딱 봐..
에미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최연소 수상자 중 한 명인 젠데이아는 연기만큼이나 악플 대처로도 화제가 됩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이웃집 똑똑한 학생" 이미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후 가장 인기 있는 젊은 배우로 자리매김하였다. 캐스팅 논란, 그녀는 어떻게 대처했나젠데이아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서 MJ 역할로 캐스팅됐을 때 온라인 반응은 꽤 거셌습니다. 흑인 혼혈 배우가 MJ를 맡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MJ가 아니야"라는 반응이 쏟아졌죠. 그런데 젠데이아가 빨간 머리 사진을 공개하자, 악플러들의 "이건 아니다"라는 댓글에 그녀는 딱 한마디로 응수했습니다. "이미 늦었어."저도 처음 그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MJ 이미지와 어울리는지 잘 그려지지 않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