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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김부장' 정주행을 기다리며, 2012년 원작 '회사원'을 먼저 다시 봤습니다. 이 비현실적인 살인청부회사라는 황당한 소재이지만 회사 생활에 대한 일종의 은유적 표현한 블랙 코미디, 일상을 포기하고 일에 전념, 승진까지하게되는 주인공, 일반적인 직장인의 직장 생활이 자꾸 겹쳐 보이는 게 이상하리만큼 불편하면서도 공감이 됐습니다. 살인청부업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건 그냥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
형도라는 인물,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형도(소지섭)는 양아치 몇 명을 손쉽게 제압합니다. 딱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닌데, 명함에는 '살인청부 영업 2부 과장'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살인청부업(contract killing)이란 말 그대로 의뢰를 받고 대가를 받는 조직적 범죄 구조를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이걸 일반 기업의 부서 체계와 동일하게 묘사합니다. 과장, 부장, 전무이사, 대표까지 있는 완벽한 위계질서죠.
일반적이고 평범한 기업의 구조, 이 구조가 너무 익숙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꼰대처럼 굴며 부하 직원 해고에 심기가 불편해지는 전무이사 권종태는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 있는 그 사람입니다. 형도가 은퇴한 킬러 반 부장을 찾아가 "퇴직금 다 받고 나오라"고 조언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생활 오래 한 선배에게 정산 챙기라고 귀띔해주는 그 느낌이랄까요.
처음에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감독이 의도한 것은 살인청부라는 껍데기 안에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집어넣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도는 무서운 킬러이기 이전에, 승진을 바라고 해고를 두려워하는 그냥 직원이었습니다.
- 직급 체계: 과장 → 부장으로 실제 승진 구조 그대로 반영
- 꼰대 상사: 전무이사 권종태의 갑질과 압박
- 선후배 관계: 형도가 반 부장, 알바생 훈이를 챙기는 방식
- 조직 충성도: 회사 대표의 신뢰를 받으며 단독 임무를 맡는 구조
살인청부 회사에도 번아웃이 온다
형도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등장하는 장면, 혹시 기억하시나요? 어릴 적 좋아하던 가수 미연을 우연히 만난 순간입니다. 그 전까지 형도의 표정은 내내 무표정입니다. 감정 없이 일을 처리하고, 회의에 앉아 있고, 지시를 받고 다시 현장에 나가는 루틴의 반복이죠.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반복되는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감정적·신체적으로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뜻하는데, 형도의 무표정한 일상이 딱 그 상태입니다.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몇 년쯤 지나면 아무 이유 없이 출근하기 싫은 날들이 쌓이는 걸 느꼈습니다. 형도가 진 부장을 찾아갔다가 "이 일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말을 듣는 장면, 그게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정신건강 연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의 상당수가 직무 소진(job exhaustion)을 경험한다고 보고됩니다. 여기서 직무 소진이란 업무 효능감이 사라지고 냉소와 무기력이 동반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형도가 미연과 함께하는 시간에서만 유일하게 감정을 되찾는 서사는,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일상의 작은 위로에서 버팀목을 찾는 심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번아웃이 온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걸 내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형도처럼 미연과의 카페 인수를 조용히 꿈꾸면서, 그래도 오늘 하루는 출근하는 것처럼요.
소지섭이 외치는 "퇴사" — 왜 우리는 이 장면에 박수를 치나
형도가 회사 대표에게 찾아가 퇴사를 선언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절정입니다. 이 순간을 보면서 솔직히 저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못 할 말을 스크린 속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살인청부업자가 퇴사를 선언하는 설정이 황당하면서도, 이게 왜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회사라는 조직에 묶인 모든 사람의 감정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심리학(Organizational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직원이 조직에 대한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을 위반당했다고 느낄 때 이탈 의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여기서 심리적 계약이란 명문화된 고용 계약과 달리, 직원이 조직에 기대하는 암묵적인 약속과 신뢰를 의미합니다. 형도의 경우, 회사는 미연을 이용해 그를 압박했고 결국 미연이 총을 맞아 죽습니다. 심리적 계약이 완전히 붕괴된 순간이었죠.
제가 직접 느껴봤지만,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은 대부분 연봉 문제가 아닙니다. "이 조직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감각이 쌓이는 순간입니다. 형도의 퇴사 선언은 그래서 극단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의 마음속 어딘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 됩니다. 훈이가 마지막에 형도를 구해주고, 권 이사는 창문으로 퇴근(?)하는 결말까지, 이 영화는 끝까지 직장인의 판타지를 충실하게 채워줍니다.
소지섭, 그리고 13년 만의 '김부장'을 기다리며
2012년 개봉작을 2025년에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입니다. "저 사람 어떻게 저렇게 그대로야?" 13년이라는 시간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소지섭의 외형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의 제 시각으로 보면 그게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액션 누아르(Action Noir)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액션 누아르란 범죄나 폭력을 소재로 하면서도 인물의 내면, 도덕적 갈등, 비극적 서사를 중심에 두는 영화 장르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오락성 액션이 아니라 인물이 왜 그 선택을 하는지에 집중하는 방식이죠. '회사원'은 그 안에서 형도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꽤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김부장'이 등장했습니다. '회사원'의 세계관을 시리즈로 확장한 작품으로, 형도가 아닌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리즈가 완전히 공개되는 그 순간, 한꺼번에 정주행할 계획입니다. 분절된 기다림 없이 몰아서 보는 게 이런 장르에는 훨씬 몰입감이 높으니까요.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시리즈는 회차 사이의 텀이 없이 볼 때 감정의 흐름이 살아있습니다. '회사원'을 다시 본 건 그 준비 운동이었고, 결론적으로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회사원'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나요?
A. 2012년 개봉작 '회사원'의 OTT 서비스 제공 여부는 플랫폼마다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소지섭 주연의 후속 시리즈 '김부장'이 오리지널로 제공될 예정이니, '김부장' 정주행 전에 원작을 먼저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원작을 보고 나면 시리즈의 세계관이 훨씬 풍부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회사원' 영화,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보기 힘들지 않나요?
A. 살인청부라는 소재 특성상 액션과 폭력 묘사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영화의 중심축은 형도라는 인물의 내면 변화와 직장인 서사에 있기 때문에, 잔인함보다 감정적 공감대가 더 강하게 남는 편입니다. 오히려 액션 장면보다 퇴사 선언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Q. 소지섭의 '김부장'은 '회사원'과 같은 스토리인가요?
A. '김부장'은 '회사원'의 직접적인 속편이 아니라 동일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설정이 달라지며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회사원'을 먼저 본다고 해서 스포일러가 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원작의 톤과 분위기를 알고 보면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Q. 직장인이라면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가요?
A. 저는 한 아이의 아빠이자 직장인으로서 다시 봤는데, 솔직히 공감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상사의 압박, 승진 그리고 해고의 공포, 그 와중에 찾아오는 작은 행복까지. 살인청부업이라는 껍데기를 걷어내면 이건 그냥 직장인 영화입니다. 혹시 회사 생활에 지쳐있는 분이라면, 형도의 퇴사 선언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요?
결론
'회사원'은 2012년에 나왔지만, 2025년에 봐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습니다. 살인청부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일수록,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직장인 서사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묘한 영화입니다. 형도가 퇴사를 외치는 그 장면 하나가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부장' 시리즈 정주행을 앞두고 있다면, '회사원'을 먼저 보는 걸 권합니다. 준비 운동 치고는 꽤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소지섭의 13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고요. 저는 시리즈가 전편 공개되는 날, 한꺼번에 정주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