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검색을 해봤더니 백두산 화산 활동에 관한 연구 자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재난 오락 영화 한 편이 남긴 여운치고는 꽤 묵직했습니다.재난 연출, 한국 영화 기술력의 현주소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수송기가 폭발하면서 대원들이 허공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좌석에서 몸을 앞으로 당겼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그 폭발음과 화면 규모가 체감상 꽤 압도적이었습니다.이 영화의 재난 연출에서 핵심은 화산 분화 지수(VEI)입니다. VEI란 Volcanic Explosivity Index의 약자로, 화산 폭발의 규모를 0에서 8까지 수치로 나타내는 국..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사극 영화가 있습니다.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엔 "사극이라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진짜 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거든요.이병헌 연기와 이중 캐릭터 구조혹시 배우 한 명이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장면을 보면서 소름이 돋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 그걸 느꼈습니다.이 영화의 핵심은 이중 캐릭터 구조에 있습니다. 광대 출신 하선이 병으로 쓰러진 광해군의 대역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병헌은 같은 얼굴로 왕과 광대를 동시에 연기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이중 캐릭터란 동일한 배우가 완전히 다른 심리와 신분,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을 한 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또 하나의 항일 액션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선명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을 통해 드러나는 시대의 민낯이 생각보다 훨씬 깊게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이정출이라는 인물, 쉽게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밀정의 주인공 이정출은 배신자로 시작합니다.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다가 동지들을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경무국 경부 자리를 얻은 인물입니다. 여기서 경무국 경부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산하의 경찰 조직에서 중간 간부급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조선인을 감시하고 독립운동가를 색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의 선택이 ..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고르다가 "이거 그냥 총싸움 영화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반신반의하며 앉은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암살을 봤을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통쾌하기보다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감각이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입니다.배우 앙상블이 만들어낸 입체적인 서사암살을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배우 앙상블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앙상블(ensemble)이란 여러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소화하면서 전체 이야기의 균형을 이루는 연기 구조를 말합니다. 한 명의 주인공이 극을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이 자기만의 서사를 갖고 움직이는 방식이죠.전지..
솔직히 처음엔 한국 좀비 영화라는 말에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걱정은 첫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부산행은 공유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선택한 영화였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완성도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한국에서 좀비 장르가 가능한가, 부산행이 증명한 것좀비 영화를 즐겨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한국에서 이 장르가 제대로 통할 수 있을까?' 저도 그랬습니다. 좀비 영화는 사실 상당히 까다로운 장르입니다. 잘못 만들면 공포 대신 어색함만 남거든요.좀비라는 캐릭터의 기원은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기서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이 변질되고 집단..
2012년 개봉한 영화 도둑들은 누적 관객 수 1,298만 명을 기록하며 당시 한국 영화 역대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화려한 캐스팅만 내세운 블록버스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캐릭터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서사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케이퍼 무비란 정교한 절도나 사기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범죄 영화 장르로, 작전의 치밀한 설계와 반전이 핵심인 장르입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일반적으로 한국 영화는 이 장르에서 할리우드만큼의 세련미를 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도둑들은 그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작품이었습니다.이 영화의 가..